유전적 취향, 오이혐오 (2)
- 달면 삼키고, 쓰면 밷는다.
생물시간에 배웠던 미맹검사 기억 나시나요?
페닐티오카바마이드(PTC, phenylthiocarbamide)에 대한
감수성을 보는 검사인데요.
0.13%의 PTC 용액을 종이에 찍어서 쓴맛을 느끼는지
검사하는 것인데요..
우성유전, 열성유전. 이런거 공부할 때 나옵니다.
쓴 맛을 느끼는게 우성이에요.
쓴 맛을 느끼는 '테이스터'들은 PTC 검사에서
쓴 맛을 강하게 느낍니다.
(The Bitter Draught, Adriaen Brouwer)
테이스터들이 민감한 것은 PTC외에
PROP(6-n-propylthiouracil)이라는 것도 있어요.
PROP에 민감한 사람들은 대개 미각이 매우 발달한 사람인데요.
흔히 슈퍼테이스터(supertaster)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술에 들어 있는 에탄올에도
쓴맛을 강하게 느껴서 술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PROP과 알코올은 관련이 없음에도)
논테이스터에서는 음주량이 조금 더 많더라는 연구도 있어요.*
테이스터들의 경우에는
쓴맛이 나는 커피보다는 홍차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구요.
시금치와 브로콜리, 레드와인도 기피대상입니다.
(경향성을 보이긴 하지만
PAV가 하나도 없는 경우에도 supertaster가 있을 수 있고,
두 개다 있는 경우에도 쓴 맛에 대한 민감도에 차이가 있어서
이 모든걸 유전자로만 설명하긴 어려워요..)
"달면 삼키고, 쓰면 밷는다!"
식물의 입장에서는 쓴 맛이 자신을 지키는 방패입니다.
장미의 가시처럼요.
한 입 먹고 쓰면, 퉤퉤! 하고 밷을테니까요.
사람의 입장에서는 쓴맛을 느끼는 것이 자신의 방패입니다.
대개 독소가 많은 음식들이나 상한 음식들은
쓰고 나쁜 맛을 내기 때문에 먹다가 밷게되니까요.
단맛을 느끼는 1형 미각수용체에 비해,
쓴맛을 느끼는 2형 미각수용체가 훨씬 다양한 것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꺼에요.
쓴맛에 대한 미각을 발달시키는 것은
인류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을텐데요..
그러면 쓴맛을 느끼는 테이스터가 더 진화한 유전자일까요?
여기에는 논란이 있습니다.
인류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쓴맛에 대한 유전자가
급격히 퇴화하고 있다고 해요.
뇌가 발달하고, 조리법 등이 발달하면서
먹지 않아도 나쁜 것인지 구분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네요.
200만년에 걸쳐 퇴화중이며,
780만년이 걸린 다른 영장류에 비해 4배 정도 빠른 속도랍니다.
쓴 맛을 강하게 느끼는 테이스터들이 주의할 것이 있는데요.
쓴맛에 대한 거부감으로 야채 섭취량이 줄고,
쓴맛을 지우기 위해
소금이나 설탕을 많이 사용하기도 해요.
일부 연구에서는 나트륨 섭취가 2배나 높게 나타나기도 했어요.
그래서 본인이 짜게 먹고 있는지, 달게 먹고 있는지
자주 체크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혈압도 자주 재보시면 좋아요.
야채도 충분히 드시려고 노력하시면 좋구요.
나이가 들면서
쓴맛에 대한 민감도가 조금씩 퇴화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입맛이 저절로 변하기도 합니다.
*Alcohol Clin Exp Res. 2004 Nov;28(11):1629-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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