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 위궤양은 스트레스 때문?
전에 한스 셀리예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던가요?
쥐실험을 하는데, 주사 맞기 싫어서 도망다니던 쥐들이
부검에서 모두 위궤양이 있었는데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궤양이 생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굉장히 오랫동안
스트레스가 위궤양을 일으킨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촌이 땅을사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배가 아픈 것처럼..
이걸 뒤집은 것은..
우리나라에서 요구르트 광고까지 찍었던
이 분 입니다. 베리 마셜.
1982년에 나선형 모양의 박테리아인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위염이나 위궤양 환자에서 많다는 것을 발견하고
위궤양과 위암의 원인이라는 가설을 세웁니다.
그런데 이걸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되자
(세균이 증식하는 시간을 고려해 2일 뒤에 배양하던걸 폐기하는데요.
헬리코박터균은 느리게 자라서 몰랐다가,
바빠서 우연히 5일간 방치했던 배양 접시에서 균이 자랐다고 해요.
그런데 이 균을 아기돼지에게 먹였는데 멀쩡해나봐요..)
답답한 나머지 1984년에 위내시경 검사로
본인에게 균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이 균이 10억 마리 정도 들어있는 액체를 마셔버렸어요.
3일이 지나자 구역질과 구취가 심해졌는데,
이것은 위산이 부족해 세균이 많이 자라고,
세균이 만드는 악취가 올라온 것입니다.
5일째에는 구역질을 했는데 위산은 없었다고 해요.
8일째 위내시경을 다시 했을 때
심한 위염이 있었고,
조직검사에서 헬리코박터균이 배양되었어요.
..
파스퇴르의 라이벌이던 코흐는
코흐의 가설이라는 것을 정리합니다.
이것은 세균이 질병을 일으키는 것을 입증하는 방법인데요.
탄저균, 콜레라 등등도 이런 과정으로 병의 원인임을
입증했어요.
베리 마셜은 동물(쥐) 대신
본인에게 코흐의 가설을 실험한 셈입니다.
그래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이 원인임을 증명한거에요.
현재의 실험 윤리에는 맞지 않지만,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호기로 엄청난 발견을 하고.
그 공로를 인정 받아
2005년. 그러니까 헬리코박터균을 마시고
20여년이 지나 노벨상까지 받게 됩니다.
WHO는 이 균을 위암의 원인으로 보고 있구요.
이 균이 있는 경우
평생 위암이 발생할 확률을 1~2%로 보고 있어요.
국내 연구에서 평균 2명 중 1명 꼴로 이 균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노년층의 90%가 이 균을 가지고 있는 반면,
어린이에서는 20%에만 나타났습니다.
젊은 층에서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내일은 이 균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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